연정루와 정자나무
언덕에 자리잡은 연정마을의 둥구나무 곁에는 멋스런 정자하나가 서 있다. 이름하여 연정루. 연정루라는 누각의 이름은 마을이름을 따라서 연정루다. 대개 지대가 높은 곳을 골라 정자를 세워 여름한철 더위도 피하고 주변풍경을 즐기려는 선조의 정자건축 풍습을 고스란히 따랐다. 전통적으로 정자는 마을 어르신들이 소일삼아 바람도 쐬고 장기ㆍ바둑을 놀이삼아 시간을 보내던 노인정이었으며, 오가는 길손이 쉬었다 가는 휴식처로 애용되어져 왔다. 더 말해 무엇하랴만 마을사람들의 사랑방 역할도 겸했던 장소이기도 했으며 풍류를 즐기는 시인묵객(詩人墨客)의 사랑방이기도 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정자 곁에 있는 나무를 정자나무라 했다. 새로 지어진 연정루로 인해 연정마을의 멋스런 느티나무들은 이제 이름 하나 가지게 되었다. “연정마을정자나무”.
연정마을의 호방한 풍광을 지닌 멋스런 연정루를 보니 정자에 얽힌 옛인물이 생각난다. 옛날에 고려시대의 문신이자 문인이었던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시·술·거문고를 즐기는 선비가 있었다. 이규보는 사륜정(四輪亭)이라는 정자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구상이 재미있다. 사륜정은 말그대로 바퀴가 네 개 달린 정자로 네 개의 바퀴 위에 정자를 세우고 정자에는 거문고, 피리, 베게, 바둑, 술병도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한다. 정자에 바퀴를 다는 뜻은 한곳에 메이지 않고 정자나무 그늘 따라 이리저리 옮기기도 하고 한 걸음만 움직여도 주변 풍광은 다르니 마음에 드는 풍광 찾아 옮길 수도 있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