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오래 머문 것들의 소중함은 평소에 모르고 지내다가 어떤 계기가 되어 비로소 깨닫는 일이 다반사다. 조상대부터 지금까지 마을사람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은행나무는 마을의 상징이자 마을사람들의 오랜 벗이 되었다. “우리어머니는 뜨거운 물을 수챗구멍에 버릴 때도 짚을 덮고 버렸다.”, “짚을 덮어 뜨거운 물을 버리는 뜻은 그 속에 살고 있는 온갖 미물들이 데어 죽을까 염려되어 물이 식어 흘러가도록 하는 어머니의 고운마음이었다.” 어느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回想)은 우리민족의 정서였다.
땅바닥에 누워있는 돌 하나 일으켜 세우고 정성을 들이는 우리네 민속. 그것은 무지(無知)의 소산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들의 고운 심성인 것이다. 용강1리 사람들이 은행나무를 지키고자 하는 뜻은 오랜 세월을 마을과 함께 살아온 정에 대한 배려일 것이며, 자연에 대한 경외(敬畏)의 마음일 것이다.
대처에 나가 지내는 이 마을사람들의 고향생각 속에 묻어 있을 용강1리 은행나무는 언제부터인가 마을사람들의 소중한 벗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