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기웃거리는 재미는 막다른 골목이어서 이제 그만이다. 막다른 골목은 담이 막아선 것이 아니라 활짝 열린 대문이다. 울안 가득 일군 텃밭은 철따라 밭 갈고 씨 뿌리며 찬거리 내어먹는 노인부부의 보고(寶庫)이다.
마을길이 훤히 보이는 골목어귀는 소일삼아 길 바라기 하려는지 의자 대여섯개 내어놓았다. 마을의 길목이니 이곳에 앉아 있으면 드나드는 마을사람 모두를 만날 수 있겠다. 바람이나 쐬러 지팡이 짚고 나선 노인 이곳에 않아 지나가는 마을사람 하나, 하나 참견이다. “어데가?”, “예 장보러 가유.” 굳이 약속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 앉아 있으면 오가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두런거리는 ‘길표사랑방’이다.
연탄1리는 군부대와 담을 사이에 두고 이웃하며 지내는 덕에 적막강산은 면했다. 가끔씩 담 넘어 들려오는 훈련병들의 구령소리는 아스라하여 마을에 활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