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이 담근 전통먹거리의 장, 문화체험의 장
증평, 장이 익어가는 마을
김장은 겨울 농사, 장은 1년 농사라고 하였다. 그만큼 장을 담그는 일은 손길이 많이 가고, 오랜 시간의 공이 필요하다. 식당에서도 일반적으로 주방장 다음 높은 자리가 소스 담당 쉐프인데, 그만큼 소스를 만드는 것은 아무나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도 바꿔 말하면 한국의 전통적인 소스가 아닌가. 정성과 연륜 없이는 담글 수 없는 것인데, 노하우를 통해 깊고 구수한 장맛을 전하고 있는 곳이 있다. 전통을 고수하며, 진짜 장맛을 자랑하는 증평의 명소를 소개한다.
청정산천의 마을, 송산리
증평군 중심지에서 보강천을 건너 두타산으로 연결된 송티로를 달리다 보면, 우측으로 송산리 길목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장이 익어가는 마을(이하 장마을)은 이 진입로 앞에서 바로 만날 수 있다. 장마을은 증평 송산4개 마을의 대동회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영농조합 법인으로 탄생했다. 증평의 명산 두타산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가까이에 보강천이 흘러 예부터 오랜 농촌풍경을 유지하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예스러운 풍경, 고향집의 장맛
장마을에 들어서자, 탁 트인 마당과 황토벽, 현대식 기와를 얹은 가옥들이 눈에 들어온다. 소박한 크기의 정자(亭子), 단체손님이 다녀갔을 바베큐 테이블, 가옥마다 자리하고 있는 툇마루까지 쉬다 가기 좋을 안락함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무엇보다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항아리를 모아둔 장독대다. 전통 장이 담긴 수백 개의 장독대들이 오와 열을 맞춰 마당 한편을 가득 메웠다. 장독마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다양한 우리의 전통 장류를 담겨 있었는데, 올해에 담근 것부터 서너 해가 지난 것까지 연대도 다양하다. 일부는 장마을에서 직접 담근 장들로, 시중에 판매하기 위해 혹은 방문객에게 대접하기 위해 담근 것이다. 그렇지 않은 나머지들은 장 만들기 체험을 다녀간 방문객들이 담근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관을 맡아주고, 주인은 언제든 나타나 자신이 담근 장을 가져갈 수 있다. 항아리마다 붙은 라벨에는 깊은 맛을 품은 장을 담근 주인의 이름과 담근 시기의 연도가 적혀있다.
'장이 익어가는 마을'의 이름답게 얼마나 장은 잘 익었을까. 직접 확인해보았다. 직원의 안내로 장마을에서 시판 중인 장맛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된장 속 알알이 살아있는 콩, 짙고 윤기가 도는 빛깔과 구수한 향과 맛은 할머니 댁에서나 봤을 그것을 떠오르게 했다. 가은 시중에 비해 조금 비싼 편, 모든 제조공정에 직접 손을 거치고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장마을에서 시판하는 장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구매 가능하다.
우리나라 고유 전통체험의 장
장마을은 단순히 전통 먹거리를 제조하는 곳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체험·숙박 시설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체험 프로그램은 메주, 순두부, 전통 장 만들기, 옥수수 따기, 모 심기, 김장하기, 부채 만들기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또한, 숙박을 위한 사랑채와 안채, 기관·단체를 위한 전통체험관 및 교육관도 마련되어 있다. 공기 좋은 증평에서 하룻밤을 황토방을 보낸다고 하니,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찾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시기별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과 숙박 가능여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방문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고 가야 한다.
지난 2017년에도 수많은 외국인 방문객들이 찾아와 즐거운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었던 체험은 바로 가마솥 삼계탕 만들기 체험. 방문객이 직접 닭에다 인삼, 대추, 찹쌀, 마늘 등으로 속을 채우고, 한데 모아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끓여먹는다. 완성된 삼계탕은 직접 담근 겉절이와 함께 먹게 되는데, 체험, 먹거리 모두 사로잡는 일석이조의 전통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외국인들은 삼계탕을 끓이는 가마솥 아궁이나 품질 좋기로 유명한 인삼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전통한복 입어보기, 투호, 제기차기, 널뛰기 등 이외에 즐길 수 있는 체험은 더 있다. 전통체험과 장이 결합된 테마는 확실히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증평에서 유일하게 숙박을 하며 전통체험을 할 수 있음은 큰 장점이 될 것이며, 외국인들에게는 더없이 한국적이고 고즈넉한 분위기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증평군은 농촌사회와 지역경제의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일념으로 2015년부터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장이 익어가는 마을의 탄생은 사업 이전이지만, 사업을 통해 이외에도 개성 있고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마을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담장 벽화가 아기자기한 죽리 새뜰마을, 농경문화와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남하2리 들노래 민속마을, 도깨비를 테마로 조성된 도당리 도깨비 마을 등 증평군은 점진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아기자기한 마을을 여유 있게 거닐며, 장맛처럼 깊은 증평의 매력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증평 장이 익어가는 마을]
- 주소충청북도 증평군 증평읍 송티로 76-12 (송산리 416-3)
- 전화043-835-3894
- 홈페이지http://jang.invi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