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와 마을길
마을 안길 담장에 철늦은 봉숭아꽃 몇 송이 여름날의 시골 풍속을 전하여 준다. 한여름 내내 아가씨들의 여쁜 손톱에 칭칭 감겨 하루를 자고나면 봉숭아는 그예 붉은 물 들여 여쁜손을 만들어주는 천연산 메니큐어였다.
화장품이 귀하던 시절 봉숭아물들이기는 우리네 여인들의 소박한 미용법이었으며 붉은색은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 있다하여 모든 질병을 예방한다는 민간신앙의 의미도 포함한다. 한철이 지나고 나면 봉숭아는 멀어진 아가씨들의 손길이 그리운지 그만 고개를 떨구었다. 그 뒤에 늘어선 바짝 말라 빈 대만 남은 옥수숫대는 남하4리의 가을이 깊었음을 이야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