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열 증평군수님께
김 기 원[시인 ·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사무국장 ]
요즘 전국이 가뭄 때문에 난리입니다. 홍 군수님도 타들어 가는 농심을 보듬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터인데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임진년, 상서롭다는 흑룡의 해가 반환점을 돌고 있는데 이렇게 비가 인색한걸 보면 뒤틀린 4.11 총선에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나라가 시끄러우니 흑룡께서 단단히 화가 났음입니다.
정초에 홍 군수님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친필 서한을 받고서 답장을 드려야지 벼르기만 하다가 이제야 글월을 올립니다. 평소 느꼈던 홍 군수님과 증평군에 대한 제 마음의 일단이니 혹여 결례라 할지라도 널리 관용하시고 군정에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홍 군수님은 제겐 특별한 분입니다. 지난 해 말 공직을 명예퇴직하면서 모 일간지에 기고한 저의 공직 참회록인 “안녕! 지방공무원”이란 칼럼을 읽고 그 바쁜 자치단체장이 글 잘 읽었노라 며 정부미에서 일반미가 된 저의 앞날을 단아한 자필 서한으로 축원해 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저에겐 잔잔한 감동이었으며 군수님 희원대로 제2의 인생을 구김살 없이 살고자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늦었으나 진정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올립니다.
홍 군수님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습니다. 나와는 1954년 생 동갑내로 지방공무원으로 동 시대를 살아왔는데 나보다 10여년 일찍 일반미로 변신하여 재선 군의원이 되었고 군의회 의장에 오른 뒤 그토록 사랑행던 민선5기 증평군의 군수로 당선되어 오늘에 이른 인생역정이 이를 웅변합니다. 증평군도 홍 군수님 처럼 충북의 룩셈부르크로 대한민국의 스위스로 진화하기를 축원드립니다.
홍 군수님은 가슴이 따뜻하신 분입니다. 천수를 누리시다가 거의 한 날 한 시에 돌아가신 원앙부부였던 아버님 어머님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효심 지극한 아들이고, 슬픈 드라마를 보면 눈물을 흘리는 여린 심성을 타고 나서 소외된 주민들의 아픔을 제일처럼 여기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결재 시 너무 소상한 부분까지 챙겨 군정에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일부 직원들의 볼멘소리도 들리기도 합니다만 아마도 그런 심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증평군은 1읍 1면의 작은 군입니다. 규모의 경제논리로 보면 작음이 경쟁력과 확장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내재하고 있지만 외국의 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충북의 3분의 1 면적에 인구 50만의 초미니 국가인 유럽의 룩셈부르크는 세계에서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국민들은 작다고 의기소침하지 않으며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국민이란 자부심과 응집력이 대단합니다. 국민소득 세계 3위권인 스위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작지만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과 시대흐름을 잘 활용한 결과의 산물이지요.
증평의 발전과 도약도 여기에 답이 있다 하겠습니다. 잘나가는 이웃자치단체를 흉내 내거나 남이 해서 성공하니까 우리도 해보자는 식은 어쩌다 2등은 할 수 있을지언정 1등은 될 수 없음입니다. 가장 증평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고 경쟁력 높은 것입니다. 문제는 가장 증평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지금 증평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삼골축제’나 ‘홍삼포크삼겹살축제’, ‘장뜰’이라는 농산물브랜드 등이 선전하고 있어 칭송받을 만하나 전국 최고라 말할 수 없음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유사한 시도가 전국에 널려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증평적인 것을 찾아 자원화 하는 일, 태양광산업 같은 신 성장동력을 유치해 성공시키는 일은 결코 녹녹한 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군민들의 참여가 왕성하고 향부 창출에 미쳐있는 직원들이 많을 때 분출되고 열매를 맺습니다. 굴리면 커지는 눈덩이처럼 말입니다. 그 눈덩이를 잘 굴리는 멋진 지휘자로 청사에 기록되기를 소망합니다.
끝으로 군청 홈페이지에 월요편지를 쓰는 멋진 홍 군수님을 보면서 저도 보강천이 살아 숨 쉬는 녹색도시 증평군의 도우미가 되었음을 공지하며 이만 맺습니다.
영차! 영차! 증평군!